🎬 제목: 《파과》 (The Old Woman With the Knife)
🎥 감독: 민규동
🎭 주연: 이혜영, 김성철, 연우진, 김무열, 신시아
🏷️ 장르: 액션 · 미스터리 · 드라마
1. 전설의 킬러와 젊은 제자의 충돌
60대 전설적 여성 킬러 '조각'(이혜영)과 젊은 킬러 '투우'(김성철)의 만남은 영화의 중심축을 정의합니다. 40년간 무감각하게 살아온 조각이, 제자와 마주하며 잊었던 인간의 감정을 다시 마주하는 그 순간, 화면이 조용히 흔들립니다. 예고편에서도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 뒤로 어렴풋한 연민이 스며드는 장면이 나오죠. 단순한 권투나 액션을 넘어, 이들의 대격돌은 세대 간, 삶과 죽음, 사명과 후회를 모두 포개는 드라마로 확장됩니다.
2. 삶을 건 의외의 연대
그런가 하면, 조각은 수의사 '강선생'(연우진)과 그의 어린 딸 은서(신시아)와의 만남을 통해 인간다움을 되찾습니다. 어둡고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도, 이 가족에게서 뿌리를 내리는 온기가 흐릅니다. 예고편 속 성난 표정과 검은 피로 얼룩진 얼굴, 그 이면에 흐르는 따뜻한 품의 순간이 관객에게 묘한 안도감을 선사합니다. 영화가 ‘누군가를 지키고 싶다’는 단순한 감정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담아낼 수 있는지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3. 눈빛과 공간이 만드는 긴장
이혜영의 눈가 떨림, 김성철의 계산된 시선, 연우진의 흔들림 없는 관찰은 단순한 대사 없이도 이야기를 밀어붙입니다. 조명이 흐릿하게 비추는 골목, 어둠 속에서 드러나는 살기, 그리고 집 안의 은은한 조도까지—공포와 가족 드라마가 교차하는 공간 설정이 서사를 한층 풍부하게 만듭니다. 살인 킬러의 내면과 가족의 온기가 마주할 때, 이 화면은 작은 연극처럼 보입니다.
4. 페스티벌 초청과 흥행 성과
2025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스페셜 섹션에 초청된 후, 4월 30일 국내 개봉과 함께 53만 관객을 동원하며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인정받았습니다. 세대의 갈등, 감정의 회복,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단순한 액션 스릴러가 아니라, 지금 한국 영화가 던질 수 있는 깊이를 지닌 응답입니다. 킬러라는 껍질 안에 가족을 지키려는 간절함이 담긴 드라마, 그것이 《파과》의 진짜 성취입니다.
맺으며
《파과》는 살인자이자 인간인 ‘조각’의 마지막 기록입니다. 생존을 위해, 가족을 위해, 그리고 스스로를 위해 싸운 흔적이 화면에 고스란히 남습니다. 킬러 장르를 넘어 휴먼 드라마로 거듭난 이 영화는, 시간이 지나도 자꾸만 꺼내 보고 싶은 작품으로 기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