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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제곱미터》 속 층간소음, 공포는 어디서 시작됐나

by Lucian Yool 2025. 7. 13.

영화 "84제곱미터" 포스터
영화 "84제곱미터"

 

🎬 제목: 《84제곱미터》(84 m²)
📅 공개: 2025년 7월 18일 (넷플릭스 단독 공개)
🎥 감독/각본: 김태준
🎭 출연: 강하늘, 염혜란, 서현우 외
🏷️ 장르: 심리 스릴러 · 사회 드라마

 

 예고편 영상 1

 
 
 

 예고편 영상 2

 
 
 
 

 1. 〈32평〉의 꿈, 갑작스럽게 깨어진 일상

영끌족 우성(강하늘)은 한국형 내 집 마련의 상징인 32평 아파트(84 m²)을 손에 넣고 기쁨에 들뜹니다. 그러나 입주 첫날부터 밤마다 들리는 정체불명의 '쿵쿵' 층간소음은 그의 평온을 짓밟습니다. 우성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이웃 간 갈등은 곧 한 가정의 심리전으로 번져갑니다. 보도에 따르면, 오래된 아파트와 불안한 주거 현실이 맞물리며 단순 소음 문제가 사회적 공포로 전이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장면들에서는 소음의 파장은 가정 내 갈등, 부부 사이의 불신 그리고 주변 이웃들과의 긴장을 모든 계층으로 확산시킵니다. 소음의 떨림이 곧 마음의 균열이라는 표현이 생생히 전달되며, 아파트라는 밀폐된 공간이 외부보다 더 크고 압도적인 공포의 무대로 부각됩니다. 이처럼 32평이라는 사적인 공간이 관객에게는 심리적 교전장처럼 느껴지며, 현실과 장르의 경계를 지우는 장치가 됩니다.

 

 2. 이웃이라는 타인, 신뢰와 의심의 회로

우성이 마주한 또 다른 위협은 바로 ‘이웃’입니다. 염혜란은 층간 소음 때문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는 이웃 대표로, 정의의 이름을 빙자한 감시자처럼 행동합니다. 그녀는 언제나 다른 이의 삶을 의심하고 통제하며,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했다는 분노를 드러냅니다.

반면 서현우는 들리는 정도의 소음과 괴리된 의심을 품고 우성을 바라보며, 의심하고, 불안하며, 점점 삐걱대는 관계의 출발선 보여줍니다. 이처럼 이웃이라는 타인을 마주한 순간, 우성의 내면은 신뢰하려는 인간 본능과 불신의 곡예 위에서 요동칩니다. 집이라는 공간이 사회적인 룰과 도덕적 기준의 시험대가 되는 지점에서, 이 영화는 일상 공포와 인간 심리의 접합점을 예민하게 포착합니다.

 

 3. 시선의 폭력, 비밀이 폭로되는 순간

김태준 감독은 “폭력이란 외면이 아닌, 시선이다”라고 말하며, 이웃의 의심이 폭력이 될 수 있는 시선의 힘을 강조합니다. 영화는 우성이 CCTV·통화·발소리 점검 등을 진행하면서 발생하는 감시와 자기방어의 팽팽한 충돌을 디테일하게 그립니다. 관객은 CCTV의 앵글 안팎, 타인의 시선과 우성의 불안 사이를 오가며 점차 무기징역보다 더 깊은 심리적 감옥에 갇혀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 장면들 속에서 나도 CCTV를 쳐다보고 있구나라는 메타적 깨달음이 몰입을 강화합니다. 단순한 층간소음이 아니라, ‘누가 주요한 가해자인가’를 되묻게 만드는 은밀한 시선의 폭력성을 통해, 작품은 관객을 긴장 속으로 이끕니다.

 

 4. 공간의 기억, 개인과 사회의 불안

영화는 사건이 진행됨에 따라 84제곱미터라는 공간이 곧 우성의 기억과 불안의 저장고임을 암시합니다. 아파트 구석마다 쌓인 먼지, 벽의 온도, 밤마다 깜박이는 불빛은 모두 그의 마음과 닮아 있습니다. 강하늘의 연기는 이러한 공간-심리 연동을 자연스럽게 구현합니다.

이처럼 밀폐된 공간이 주는 집이라는 이름의 감옥이라는 메타포는, 한국 사회의 주거 불안과 고립에 대한 은유로 확장됩니다. 32평은 더 이상 단위로나 평수의 개념이 아니며, 우성 같은 세대의 얽매임과 불안, 그리고 탈출 욕망을 상징하는 심리적 공간이 됩니다.

 

 맺으며

《84제곱미터》는 단지 “층간소음에 시달리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 사회의 주거 불안, 공동체에 대한 불신, 그리고 개인의 치열한 방어 본능을 좁은 공간 안에서 응축하여 보여주는 심리 스릴러입니다. 시청자는 우성의 아파트 속에서 공간, 기억, 불안이 어떻게 서로를 증폭시키는지 체감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