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발레리나》(Ballerina)
📅 개봉: 2025년 8월 6일 (대한민국)
🎥 감독: 렌 와이즈먼
🎭 출연: 아나 드 아르마스, 키아누 리브스, 앤젤리카 휴스턴, 이안 맥쉐인, 랜스 레딕, 노먼 리더스, 최수영 외
🏷️ 장르: 액션, 스릴러
예고편
존 윅과 이어지는 세계관, 《발레리나》의 위치
《발레리나》는 단순한 스핀오프가 아니다. 존 윅 유니버스를 확장하며, 또 다른 서사의 축을 세우는 작품이다. 영화는 《존 윅 3: 파라벨룸》과 《존 윅 4》 사이의 시간대를 배경으로 하며, 러스카 로마에서 훈련받은 여성 킬러 이브(아나 드 아르마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녀는 가족을 죽인 자들을 추적하며 복수의 여정을 시작하고, 그 여정 속에서 컨티넨탈 호텔, 하이 테이블, 윈스턴(이안 맥쉐인), 그리고 존 윅(키아누 리브스) 같은 익숙한 얼굴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짜 가치는 익숙한 설정을 반복하는 데 있지 않다. 이브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존 윅 세계의 또 다른 면을 보게 된다. 같은 규칙 안에서도 다른 정의와 방식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 바로 그 틈에서 《발레리나》는 시작된다.
또 다른 복수의 길: 이브라는 캐릭터
이브는 ‘여성 존 윅’이라 불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정서를 지닌 인물이다. 트라우마를 예술로 승화시키며 성장한 복수자, 그녀의 배경은 킬러 훈련소 이전에 무용수로서의 삶이 존재했다. 발레리나로서의 훈련은 그녀의 움직임에 우아함을 더하지만, 그 안에는 깊은 상실감과 고요한 분노가 깃들어 있다.
그녀의 복수는 단순한 피의 보복이 아니다. 누구를, 왜 죽여야 하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내면의 질문이 따라붙는다. 타겟을 제거하는 목적보다, 스스로를 증명하고자 하는 갈망이 더 크다. 이브는 킬러이자 피해자이고, 전사이자 예술가다. 이 복합적인 정체성이야말로 《발레리나》가 전하는 진짜 이야기의 중심이다.
우아함과 폭력의 병치, 발레라는 형식
《발레리나》에서 가장 인상 깊은 요소는 발레와 액션이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독특한 조화다. 이브의 전투는 단순한 물리적 충돌이 아니라, 예술적 리듬과 감정이 녹아 있는 퍼포먼스처럼 연출된다. 렌 와이즈먼 감독은 《언더월드》 시리즈에서 익힌 감각을 기반으로 살의와 우아함을 동시에 구현해냈다.
특히 이브의 움직임은 무대 위 무용수를 떠올리게 하며, 총격과 격투마저 한 편의 무대극처럼 흐른다. 이 폭력은 무자비하면서도 아름답고, 파괴적이지만 동시에 고요하다. 감정을 억제하지 않고 오히려 드러내는 액션은, 기존 존 윅 시리즈의 하드보일드한 접근과는 분명한 결을 달리한다.
《발레리나》가 보여주는 존 윅과의 차이
존 윅은 질주하는 분노다. 사랑했던 이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다시 조직의 심장으로 뛰어드는 남자다. 하지만 이브는 다르다. 그녀는 고요하게 붕괴되고, 서서히 재건되는 인물이다. 그녀의 싸움은 감정에서 출발하고, 그 감정은 무용의 움직임을 통해 배출된다. 물리적 능력보다 심리적 결단이 그녀의 무기다.
이 차이는 영화의 톤에도 영향을 미친다. 존 윅이 긴박하고 냉소적인 세계라면, 《발레리나》는 잔혹하면서도 서정적인 복수극에 가깝다. 단지 여성 주인공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브의 정체성과 서사 전략 자체가 세계관의 균형을 다시 짜는 장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팬들에게는 반가운 확장이고,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는 독립된 이야기로서의 매력이 충분하다.
맺으며
《발레리나》는 단순히 기존 세계관을 따르는 영화가 아니다. 존 윅 유니버스의 공백을 메우고, 새로운 감정선을 제시하는 독립된 이야기다. 복수의 이유, 감정의 무게, 폭력의 방식—all 달라졌다. 피로 물든 정의 대신, 감정의 결로 싸우는 복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브는 존 윅과는 다른 신념의 전사를 상징한다. 이 작품은 관객에게 다시 묻는다. 복수란 무엇인가. 정의인가, 생존인가, 아니면 지워지지 않는 기억의 또 다른 이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