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세계 각국 영화제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목을 받은 영화 《QUEER》는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넘어, 존재와 정체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작품입니다. '퀴어'라는 단어를 제목으로 삼은 이 영화는, 단순한 젠더나 성적 지향의 구분을 넘어서, 관객에게 삶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본 리뷰에서는 《QUEER》의 핵심 이야기, 퀴어 개념의 변화, 그리고 영화 속에서 드러나는 퀴어의 시각화를 중심으로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QUEER》의 스토리: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
영화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문을 엽니다. 주인공 이안은 30대 초반의 비혼자이자, 성적 지향과 젠더 표현 모두에서 기존 틀에 맞지 않는 인물입니다.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오랜 시간 멀어졌던 아버지와의 재회를 앞두고 자신에 대한 물음을 다시 꺼냅니다.
이안은 지역 공동체에서 다양한 퀴어 인물들과 교류하며, 스스로를 재정의하는 과정을 겪습니다. 트랜스 여성 엘라, 무성애자 청년 윤, 사회 규범을 거부한 노작가 등, 등장인물 각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퀴어함'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갈등보다는 성장과 이해의 여정으로 이어지며, 관객에게 정체성의 다층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이안이 어떤 정체성도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채, 그저 자신을 "퀴어하다"고 말하는 순간은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정체성은 고정된 틀에 갇힐 필요가 없으며, 존재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선언이자, 관객에게 보내는 조용한 위로로 다가옵니다.
‘퀴어’의 의미: 단순한 성적 지향이 아니다
퀴어(Queer)'라는 단어는 한때 '이상한', '기묘한'이라는 부정적 의미로 쓰였지만, 1990년대 이후 스스로를 퀴어로 명명한 이들의 움직임과 함께 새로운 정체성의 언어로 재정의되었습니다. 현재는 LGBTQ+ 커뮤니티를 포괄하면서도, 이분법적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구분을 넘어선 넓은 개념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강조하는 '퀴어함'은 단지 성적 지향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정체성에 대한 고정된 정의를 거부하고, 유동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삶의 태도를 뜻합니다. 즉, 남성/여성, 이성애/동성애처럼 이분화된 구조 속에 갇히지 않는 새로운 존재 방식이 바로 퀴어의 본질입니다.
영화 《QUEER》는 이러한 개념을 등장인물들의 삶을 통해 시각적으로 구현합니다. 각자의 복합적인 정체성과 그것이 사회와 충돌하는 양상을 통해, 퀴어함이 곧 한 개인의 선택이자 철학임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퀴어를 설명하지 않으며, 오히려 퀴어하게 존재하는 법을 보여줍니다.
영화 속 퀴어의 해석: 시선과 관계의 재구성
《QUEER》는 퀴어 캐릭터를 그저 소수자의 전형으로 묘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의 평범한 일상과 관계 속에서 '퀴어함'을 자연스럽게 드러냅니다. 이 영화가 강조하는 것은, 퀴어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회가 정한 '정상'의 기준을 벗어난 모든 다양성이 곧 퀴어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점입니다.
주인공 이안과 주변 인물들은 서로의 정체성을 굳이 설명하거나 판단하지 않습니다. "넌 뭐야?"라는 질문에, 이안은 "그냥 나야"라고 답합니다. 이 장면은 정체성은 해석의 대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연출 역시 설명보다 시선에 집중합니다. 카메라는 인물의 움직임, 표정, 침묵의 순간에 머무르며, 대사보다 깊은 공감을 유도합니다. 퀴어함을 설명하려 들기보다는, 그저 함께 살아가는 방식으로 보여줍니다. 이는 관계 중심적이고 감각적인 서사를 통해 관객과의 감정적 연결을 만들어냅니다.
마치며
《QUEER》는 단순히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넘어,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각기 다른 인물이 보여주는 퀴어함은 어떤 이에게는 낯설고, 또 어떤 이에게는 위안이 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은 분명합니다. 설명받지 않아도 되는 존재가 있을 수 있으며, 그 존재는 누구보다도 진실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정체성의 정의가 유동적일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유동성 자체가 삶의 아름다움임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집니다. 바로, "나는 나로 존재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입니다.